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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0일차: 아픔때문에 그랴뇽에서 하루 쉬어가다

by AmosK 202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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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0일차: 아픔 때문에 그랴뇽에서 하루  쉬다


1. 여정의 시작: 예상치 못한 휴식의 날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한 지 10일째 되는 날, 저는 처음으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매일 새벽 5시반에 일어나 6시에 출발하여 걷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오른발에 생긴 커다란 물집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랴뇽(Grañón)의 새벽은 평소와 달리 고요하게 시작되었죠. 동행자인 루프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걷지 마. 네 몸이 더 중요해." 그의 조언에 따라 저는 처음으로 하루를 온전히 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라뇽 알베르게 내부
알베르게에 순례자들이 모두 떠나고, 병원이 오픈할때까지 숙소에서 쉬고 있어요


2. 경로와 주요 하이라이트: 휴식 속에서 발견한 작은 행복

병원과 약국 방문

오전 9시, 마을의 작은 병원과 약국을 찾아갔습니다. 루프가 걱정하며 함께 동행해주었어요. 의사는 물집 치료를 위해 소독과 함께 빨간 약을 처방해 주었어요. 

알베르게에서의 따뜻한 '환대'

어제 묵었던 Albergue Parroquial San Juan Bautista에 다시 찾아가 하루 더 머물 수 있는지 요청했습니다. 루프가 어제부터 알베르게 봉사자분들께 이미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였어요. 봉사자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저를 반갑게 맞아주며 따뜻한 미소로 "푹 쉬다 가세요"라고 말했어요. 알베르게의 공동 공간에서 다른 순례자들과 나눈 대화는 휴식 중 가장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라뇽 알베르게 봉사자와 순례지

순례자들과의 공감

쉬는 동안 만난 순례자들 역시 각자의 이유로 쉼을 선택했던 경험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무릎 통증으로 며칠간 걸음을 멈췄고, 또 다른 이는 발바닥 물집 때문에 일주일간 쉬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쉼'이 실패가 아니라 순례길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지 음식과 풍경

점심으로 그랴뇽의 명물인 그릴 요리를 맛보았어요.

육즙 가득한 고기와 바삭한 감자튀김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완벽한 한 끼였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조용한 마을 풍경은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하며, 걷지 않고 몸을 돌보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감자 튀김고 구운 소고기 요리
감자튀김과 구운 소고기 요리


3. 그랴뇽(Grañón)에서의 특별한 하루

그랴뇽은 작지만 따뜻한 마을로, 순례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주는 곳입니다. 특히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과 연결된 알베르게는 단순히 숙박 공간이 아닌 공동체와 영적인 치유를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걷지 않는 하루 동안 저는 제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


4.  하루를 정리하며.... 🌟

'쉼도 여정의 일부'

오늘 하루는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제 몸에 귀 기울이고, 순례길이 단순히 걷는 것 이상의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쉼 속에서 만난 따뜻한 인연들과 나눈 대화는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내일은 다시 발걸음을 떼려고 합니다.

오늘의 휴식 덕분에 더 강해진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례자 여러분, 아플 때는 망설이지 말고 쉬어가세요. 그것도 우리의 순례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될 테니까요.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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