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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orite 좋아하는 것들/나무와 야생화

백산차 (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 Nakai)

by 소나무언덕 2013. 7. 16.

 오병훈(한국식물연구회 회장)

 

 
백산차가 피는 계절이면 백두산 아래 첫 동네 내두촌 사람들은 백산차 잎을 따러 늪지로 나선다. 백산차는 나무 이름인 동시에 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백산차 나무의 잎을 따 가공하여 우려내 마시는 차가 백산차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개마고원 이북 북부지방의 습지에서 자라는 상록관목인 백산차 잎을 차로 우려내 마셨다.

 

 

습지에서 자라는 북방계식물

백산차는 습지식물이다. 줄기는 밑에서부터 자라고 높이가  1~2m이며 어긋 달리는 잎은 긴 타원형으로 뒷면에 연갈색 털이 빽빽하다.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손으로 만지면 달콤한 향기가 묻어난다.
5~6월에 흰색꽃이 피는데, 5장의 꽃잎을 가진 작은 꽃이 모여 공 모양을 이룬다. 지난해  돋아난 묵은 잎은 상록으로 겨울을 지내고 꽃이 필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날씨가 흐리거나 장마때에는 잎을 활짝 펴서 햇빛을 쬐지만 건조기에는 잎을 뒤로 말아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지혜로운 나무다. 꽃이 지고 난 후 8~9월에 긴 삭과가 달리며, 오래도록 매달려 있다가 겨울에 끝이 벌어지면서 속에 든 작은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퍼진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백산차는  세 종류가  있다. 잎이  넓은 백산차(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와 가는 좁은잎백산차(Ledum  palustre var.  decumbens), 그리고  왕백산차 (Ledum palustre var. maximum)가 그것이다. 세 종 모두 차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수확량에 있어서는 넓은 백산차가 더 낫다.

 


백두산신께 올린 공양차   
대부분의 진달래과 식물은 독초로 분류한다.  백산차도 진달래과 식물인 까닭에 독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동식물도감(韓國動植物圖鑑)』(이덕봉  저, 1974년  문교부 발행)  제15권 ‘유용식물’편에서 백산차를 한국유독식물 고유번호 49번에 올려놓았다.왜 하필이면 독초인 백산차 잎을 공양차로 했을까. 다른 진달래과 식물도 많은데 유독 백산차 잎을 차로 한 까닭은 잎에서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겨레만 백산차를 마셨을 뿐 다른 나라에서는 백산차를 마시지 않았다. 조상들은 중국  동북지방을 무대로 나라의 기틀을 세운 후 성스러운 산인 백두산에 산제를 지내왔다. 그  때 백두산신께 올리는 차가 바로 백산차였던 까닭에 나무의 이름까지 백산차가 된 것이라 보고 있다.
 간정(侃亭) 이능화(李能和)의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에는 “조선 장백산에 차가 나는데 이를 백산차라고 한다. 건륭  때 청인이 차를 따 바쳤으므로  궁궐에서 황실차로 썼다 [朝鮮之長白山 山茶名白山茶 乾隆時淸人採貢 宮庭爲御用之茶]”라고 적고 있다.

 


약으로 쓰이는 휘발성 정유물질 

백산차의 성분에 대해 『중국본초도감(中國本草圖鑑)』에서는 “세엽두향(細葉杜香)은 두견화과(杜鵑花科) 식물로 진흙과 화산재가 깔린 습지에서 잘 자란다. 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잎에   볼라틸 유(Volatile  oils), 델타   파이넨(δ-a-pinene), 베타 파이넨(β-pinene)이 들어 있다. 맛은 맵고 쓰며 찬 성질을 갖고  있다. 기침, 가래, 천식을 다스리고 만성기관지염에 잘 듣는다.  잎에서 채취한 휘발성 정유물질을 1회 100g씩 마신다”고 자세히 적고 있다.
 또 북한의 임록재 선생이 쓴 『조선약용식물지』에 따르면, 백산차 잎에는 세스키테레핀 알콜인 레놀과 P-시메인, 팔루스트롤, 케라닐아세테이트, 에릭콜린, 레디움캄포르 등으로 이루어진 정유물질이 들어 있다. 주로 여름철 개화기에 꽃과 잎을  따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기침, 가래를 삭여 주고 백일기침에 좋다.  특히 기관지천식, 코막힘, 초기감기에 효과가 있으며 두통, 류머티스에도 좋다. 또  마취성분이 있으므로 신경안정제 대신  쓸 수 있으며, 늦은밤 잠이 안 올 때 백산차를 따뜻하게 해서 마시면 수면제가 필요 없다.
 백산차 잎에는 휘발성 방향물질이 있다. 이 방향물질은 독성이  있어서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면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데, 미량일 때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안정이 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 백산차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북한에서는 민간요법으로 백산차 잎을 신발에  깔고 다니면 무좀이 없어진다고 하여 널리 쓰고 있다.

 


독성을 가진 향기로운 백산차 

백산차를 차로 마실 때는 가끔씩 조금만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백산차의 독성은 안드로메도톡신이 주성분인데  플라보노이드, 쿠에르세린, 히페르시드 등도  들어 있다. 따라서 장기간 계속해서 백산차를 마시면 심각한 간 질환이 올 수 있다. 그러므로  백산차를 차로 마실 때는 먼저 독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백산차는 진달래과 식물이지만 같은 상록활엽수인 만병초나 노랑만병초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차인이라고 자처하는 어떤 사람이 쓴 글에서도 백두산  정상 부근에 지천으로 깔린 상록활엽수가 백산차라고 했으나 그 나무는 노랑만병초이다.  백산차는 잎에서 향기가 나는 허브식물인데 비해 만병초는 향기를 지니지 못했다. 차인들조차 독성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좋다고만 하는 까닭에 일반인이 오랫동안 음용하다 건강을 해칠까 염려된다.

 


잎과 꽃, 잔가지로 차를 끓이고  
 언제부터 백산차를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우리 겨레가 백두산 기슭에 정착하면서 백두산신께 제사를 올릴 때 향기로운 잎을 끓여 그 찻물을 공양한 데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백산차는 독성이 있는 잎이어서 함부로 식음할 수는 없었다. 대신 중요한  의식이 있을 때에만 음용했으므로 오늘날  그 맥이 끊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백산차는 잎과 꽃, 어린줄기를 함께 쓴다. 잎은 꽃이 진  후 돋아나는 어린 싹을 따야 한다.
 다 자랐을 때 잎의 길이는 4~8㎝, 너비는 1.5~2㎝이다. 좁은잎백산차는 이보다 더 좁으며, 왕백산차는 훨씬 넓다. 모두 성분은 대동소이하므로 함께 쓸 수 있다. 잎을 채취할 때는  길이 3~4㎝로 어린 것을 따야 한다. 어린 싹은 향기가  감미롭고 부드러워 가공하기도 쉽고 차의 질도 좋아진다. 
 
 
좁은잎백산차가 자라는 넓은 습지는 강산성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먼저, 채취한 잎은 그늘에서 잘  말려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차를 끓인다. 많은 양일 때는 잎을 솥에 넣고 증기로 쪄서 말리면 쉽다.
 차를 우려내는 방법은 일반 녹차와 다를  바 없다. 우선 찻잔에 찻잎을 두세  장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처음 우린 물은 따라 버린다. 두번째 찻물을 부어 우려낸 것을 마신다. 찻물이 연한 녹색을 띤 계란색으로 우러났을 때가 가장 알맞고, 다갈색이면 너무 독해서 마시기 거북하다.
꽃으로 백산꽃차를 우려내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먼저 활짝 피기 직전의 꽃을 송이째 따서 찜통에 넣고 찐다. 잘 말리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덜어 내 우려서 마신다. 싱싱한 꽃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뜨거운  찻물에 띄우면 꽃이 되살아나는 것이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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